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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지만 의미있는 일상

엄마가 고구마순 김치 담가주셨어요~~^^

by 82년생 미화 2020.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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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오랜만에 친정 집에 다녀왔어요. 코로나 때문에 웬만하면 집에만 있으려고 했는데 전화기를 통해 전해져 오는 엄마의 목소리에서 우리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묻어나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출발했죠...^^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나의 고향~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 곳인데 코로나 때문에 자주 못 간다는 게 슬프네요.

엄마가 전화로 " 왜 이번엔 고구마순 김치 담가달라고 안 하냐? 너는 고구마순 김치를 먹어야 여름 나는 것 같다며..." 맞습니다. 저는 고구마순 김치를 먹어야 여름 느낌이 제대로 나더라고요. 옥수수 찌는 냄새, 아삭아삭 씹히는 고구마순 김치를 먹어야 더운 여름을 날 수 있어요. 고구마 순 나물로도 많이 드시는 것 같은데 저는 아삭아삭 빨간 고구마 순 김치가 최고더라고요.
날도 더운데 여름도 잘 타는 우리 엄마 딸 김치 담가준다고 힘드실까 봐 이번 해엔 그냥저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엄마가 먼저 운을 띄워 주시네요.

사진을 찍었어야 됐는데 깜빡한 거 있죠... 날씨가 너무 더우니 정신도 아득해지는 것 같아요. 사진이 있으면 더 좋을 건데... 완성된 사진만 있네요. 이것도 언니한테 자랑하려고 찍은 사진인데 이거라도 있어서 다행이에요.

고구마 순 김치가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에요. 전엔 엄마가 담가주시면 달랑달랑 들고만 왔지 직접 해보질 않아서 이렇게 힘들지 몰랐죠.

우선 밭에서 고구마 순을 베어다가 껍질을 까야됩니다. 너무 더워서 동네 시정(모정)에서 아이들과 열심히 껍질을 깠어요. 두어 시간 깠더니 제법 바구니에 많이 쌓였어요. 덤으로 아이들 손과 제 손... 엄마 손까지 풀물이 누렇게 들었지 뭐예요ㅎ 껍질을 잘 까야 질기지 않거든요. 아이들이 깐 고구마순 괜찮겠죠?!~
(고구마 순 잘 까는 방법---잎이 있는 쪽을 살짝 분질러서 아래쪽으로 잡아 담기면 껍질이 쫘악 벗겨져요. 그리고 뒤집어서 아래쪽을 살짝 끊어 남은 껍질을 벗겨 내면 됩니다. 고구마 순이 연할수록 껍질도 한 번에 잘 벗겨집니다. 순이 억셀수록 잘 안 벗겨지더라고요. 그럴 땐 위아래 말고도 중간도 분질러서 남은 껍질을 벗겨줘야 됩니다.)

뜨거운 물에 소금 한 꼬집 넣고 고구마 순을 삶아야 됩니다. 다른 김치는 소금에 절여서 생으로 담그는데 고구마 순 김치는 특이하게 삶아서 담아요. 그 사실을 저도 얼마 전에 알았답니다. 지금 고구마 순 김치 담그기에는 순이 많이 자라서 늦은 감이 있어요. 그래서 오랫동안(15분 정도) 삶아줬어요. 위아래 자리가 바뀌게 뒤집어 가면서 삶아줬어요. 시금치처럼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빼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네요.ㅎ 원래는 10분 정도 삶는데 고구마 순이 억세서 조금 더 길게 삶아줬다고 엄마가 알려 주셨어요.

삶은 고구마 순을 차가운 물에 여러 번 헹궈줍니다. 헹굴 때 손으로 빡빡 문지르면서 씻어줘야 껍질이나 이물질들이 떨어지고 고구마 순이 연해진다고 하네요. 잘 씻은 고구만 순을 물이 잘 빠지게 채반에 받쳐 줍니다.

고구마 순 물이 빠지길 기다리는 동안 다른 재료를 준비했어요. 고구마 순 김치에 빠져서는 안 될 조연 부추(솔) 한 주먹, 당근 반개, 양파 큰 거 2개, 마늘과 찹쌀풀과 고추 간 거, 깨, 소금, 멸치액젓, 새우젓, 물엿, 설탕 이렇게 넓은 볼에 넣고 먼저 버무린 다음 고구마 순을 넣고 다시 한번 버무려 줬답니다. 붉은색이 연해서 고춧가루를 조금 더 넣고, 싱거워서 새우젓을 조금 더 넣었더니 딱 간이 맞았어요. 고구마 순 김치는 약간 달달해야 맛있기에 다른 김치에 비해 설탕이나 물엿이 조금 더 들어가요.

드디어 완성^^
반찬통에 예쁘게 옮겨 담아 주면 끝입니다.

 

(완성된 고구마 순 김치)

 

이렇게 그릇에 옮겨 놓고 보니 양이 너무 적네요. 두 시간 동안 열심히 깠는데... 히잉ㅠ 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힘들여서 담가주셨는지 알겠더라고요.
아삭아삭 하니 아주 맛있게 잘 됐어요. 우리 아이들도 손수 같이 만들어서 그런지 아주 잘 먹더군요. 며칠은 고구마 순 김치로 밥 먹는 시간이 즐거울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밥반찬이 걱정이었는데 엄마 덕분에 걱정 하나 덜었네요.

이번 여름도 엄마의 사랑과 고구마 순 김치로 잘 날 수 있겠어요. 더운 날 엄마 고생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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