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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지만 의미있는 일상

봉숭아 물 들이다.

by 82년생 미화 2020.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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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비가 많이 내리네요.
오늘은 아이들과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볼까,,, 고민하던 중 화단에 예쁘게 핀 봉숭아 꽃이 눈에 들어왔어요.

 

(봉숭아)

 

저 어렸을 때 만해도 여름 방학이면 동네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봉숭아 물을 들이곤 했죠...
첫눈이 올 때까지 봉숭아 물이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 제 나이 또래인 분들은 잘 알 거예요. 그 말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그 말을 믿고 첫눈을 기다리는 나의 모습이 좋아 매년 봉숭아 물을 들였었던 것 같아요.
요즘 아이들은 그런 걸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오늘 아이들과 추억 여행을 떠나기로 했어요.

예쁜 봉숭아 꽃과 잎을 모아 모아 한곳아 담아 짓이긴 다음 손톱 위에 살포시 올려주어요.
손톱 위에 올려진 봉숭아에서 어렸을적 맡았던 봉숭아 향과 함께 추억도 되살아나는 듯하네요.

더운 여름날 동네 모정에 모여 앉아 백분 가루랑 소금이랑 봉숭아를 넣고 돌로 꽝꽝 찌어서 서로의 손톱 위에 올려주고, 비닐로 꽁꽁 싸매 줬었는데,,,
그리고는 하룻밤을 꼬박 지내고 아침에 일어나 빨갛게 물든 손톱을 보고 얼마나 좋아했던지요.

오늘은 두 시간만 버티기로 했어요. 비닐로 싸자마자 빼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아빠 퇴근 시간까지만 버텨보자라는 말로 아이들을 달래 가며 시간을 버텼어요.

 

 

뚜둥~~ 한 시간 만에 뺐어요.
백분 가루도 없고 소금도 안 넣어서 그런지 김치 국물 같은 색이에요. 어렸을 때처럼 백분 가루를 넣었어야 됐나 봐요. 아이들은 손톱이 주황색으로 바뀐 게 신기한지 연신 손톱을 들여다보네요. 

한번 더 들이면 첫눈이 올 때까지 남아있을 수 있겠죠?


왠지 모르게 센티해지는 비 오는 날...
아이들과 추억 하나 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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