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에 이어 이번 주 역시 눈도 많이 내리고, 기온은 더 내려가서 손이 베일 듯한 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살면서 이렇게 추운 적은 정말 처음인 듯~
보일러가 잘 버틸까 싶었는데 오늘 일이 터졌다.
갑자기 뜨거운 물이 안 나오는 거다.ㅠ
주택에 복층, 넓은 평수로 인해 기름보일러는 가성비가 너무 떨어져서 작년 겨울까지는 보일러보다는 온풍기를 더 이용했었다.
연일 강추위란 뉴스를 접하고 요 며칠은 4~5시간에 한 번씩 보일러가 돌 수 있게 설정해뒀는데 오늘 갑자기 온수가 안 나오는 상황이 되니 당황스러웠다. (온수 쪽으로 물을 틀면 뜨거운 물이 안나오는게 아니고 아예 물이 안나오는 상황, 더 정확히 말한다면 똑똑 떨어지는 정도의 차가운 물만 나오는 상황)
처음엔 온수가 안 나오니 전기 순간온수기가 고장 났나... 온수기가 고장 났다면 보일러 온수를 틀면 나올 건데...
급한 맘에 온수기를 설치해주신 사장님께 전화드렸더니 바로
사장님 - 온수가 안 나오죠? 날씨가 갑자기 너무 추워져서 온수 쪽 호스가 얼어서 그런 거다. 그나마 보일러가 터진 게 아니어서 난방이라도 되는 게 다행이다.
나 - 어떻게 해야 되나요?
사장님 - 녹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나 - 사장님께서 오셔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죠?
사장님 - 내가 가도 상황은 똑같다. 할 수 있는 게 없다.
나 - 호스를 드라이기라도 가져다 녹여볼까요?
사장님 - 도움이 될 거다. 드라이기나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 히터 같은 게 있으면 틀어서 보일러실을 따뜻하게 하면 호스가 더 빨리 녹을 것이다.
나 - 뜨거운 물은 틀어놓는 게 좋을까요?
사장님 - 뜨거운 물을 살짝 틀어놓는게 좋다. 저녁에도 한 방울씩 흐르게 틀어둬라. 그리고 보일러 난방도 한두 시간에 한 번씩 돌 수 있게 설정해두는 게 좋다.
난방을 돌리면 물이 필요한데 호스가 얼어서 보일러 물통으로 물이 들어가지 않으니 보일러 물통에 물이 부족하지 않게 수시로 부어줘라. 물통의 물이 부족하면 난방마저 안될 수 있다.
이렇게 통화를 마치고 먼저 보일러 물통에 물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드라이기를 가져다 호스를 녹였다. (장시간 드라이기 사용은 드라이기 폭발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으니 시간 간격을 두고 사용해야 된다.)
한참 드라이기로 녹이다가 문득 창고에 박아두었던 히터가 생각났다. 히터를 20분 정도 틀었더니 갑자기 뜨거운 물이 콸콸 나왔다. 어찌나 기쁘던지...ㅎㅎ
온수 쪽으로 물을 틀었을 때 똑똑 떨이지는 정도의 양이라도 물이 나왔던게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 같다. 온수 쪽으로 수도 꼭지를 계속 열어 둔 상태에서 보일러 쪽 호스를 녹이니 물이 조금씩 조금씩 흐르면서 언 부분이 더 쉽게 녹은 듯 하다.
기쁨도 잠시
전기 순간온수기에 연결되어 있는 투명한 호스에서 생각보다 많은 물이 떨어지는 거다.
투명한 호스는 온수기의 물을 뺄 때 쓰는 걸로 알고 있는데 갑자기 왜 물이 떨어지는 거지??
또 온수기 사장님께 전화드렸다.
압이 올라가서 물이 나올 수 있단다. 걱정 말라 신다.
당분간 추위가 물러가기까진 수시로 보일러실을 둘러봐야겠다.
혹시 몰라 철물점에 들러 보일러 배관 보온재도 사다가 한번 더 감싸줬다.
오늘 이렇게 나는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하며 버거운 하루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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