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편안함-생활정보

천연 방향제 탱자와 모과(탱자, 모과 효능)

by 82년생 미화 2020. 11. 12.
반응형

 저번 주말에 친정에 들른 김에 오랜만에 외할머니도 뵙고 왔다. 삼촌이 취미 삼아 자투리 땅에 은행나무며, 소나무며, 이것 저것 많이 심어 두셨다. 그중에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탱자와 모과~

 

 땅에 떨어진 탱자를 보니 불현듯 어렸을 때 추억이 생각났다. 우리 집 앞에 밭이 하나 있었는데 그 밭 울타리가 탱자나무였었다. 예전에는 짐승도 막고, 나쁜 기운도 막는 의미로 탱자나무를 울타리로 썼다고 한다.
어렸을 적 여름이면 탱자나무 가시를 꺾어다 우렁이를 깠었다. 가시가 어찌나 크고 억세던지 우렁이를 까다가 꼭 피를 보곤 했었다. 여름이 지나가는 9월 즈음 노랗게 익은 탱자가 보이면 가시를 뚫고 탱자 열매를 따서 친구들과 공놀이도 하고, 이웃집 담벼락을 맞추는 내기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탱자 하나만으로도 재밌게 놀 수 있었던 같다. 그중 제일 재밌었던 건 탱자 열매를 따서 손으로 조물조물하면 첨엔 딱딱했던 탱자가 점차 말랑말랑 해진다. 말랑말랑해진 탱자를 엄지 손가락으로 꾸욱~ 누르면 탱자 꼭지 쪽으로 씨가 뽁!! 하고 날아갔다. 그 당시 장난감이 많지 않았던 우리에게 탱자는 그렇게 장난감 총이 돼주었던 것이다. 내가 그런 저런 이야기를 꺼내니 엄마께서도 탱자에 관한 추억을 얘기해주셨다. 엄마 어렸을 땐 탱자 꼭지 쪽에 빨대를 꽂아서 쪽! 쪽! 빨아먹으면 탱자 즙이 나왔다고 한다. 내가 알지 못하는 엄마의 어렸을 적 이야기... 신맛이 레몬의 10배나 된다는데 엄마는 어떻게 먹었을까?!

 탱자는 비타민C, 칼륨이 풍부해 감기 예방에 탁월하다. 보통 즙을 내서 먹거나, 설탕을 넣고 재어서 효소로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레몬보다 10배 가까이 신맛이 강하므로 많이 먹었을 땐 위에 안 좋다 하니 주의할 것!!!
탱자의 거뭇거뭇한 부분은 탱자 열매가 자랄 때 가시에 찔러 과즙이 흐른 흔적이라고 한다. 물에 씻으면 본연 색을 볼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자.

 

 


 탱자도 향이 좋지만, 향이 좋은 과일로 치자면 모과가 단연 일등 아니겠는가?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말이 있듯이 처음 모과를 보면 그다지 예쁜 모양은 아니다. 하지만 한번 향을 맡는 순간 모과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신이 모과에게 다른 과일처럼 예쁜 모습을 가질래, 좋은 향을 가질래 했더니 향을 선택했다는 모과~ 그 말이 맞나 보다. 향이 너무 좋다. 지금이야 디퓨저다, 향초다 해서 많은 방향 제품들이 나와있지만 모과가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지 않았나.

 모과는 생으로 먹기엔 시고 떫은맛이 강해 과육을 꿀에 재어서 정과를 만들어 먹거나 과실주 또는 차로 만들어 먹는다. 감기에 걸렸을 때 얇게 저민 모과를 꿀이나 설탕에 재었다가 끓는 물에 타 먹으면 좋다고 한다.

 이렇게 향도 좋고 감기에 좋은 탱자와 모과를 버리기엔 아까워 집으로 가져와 천연 방향제로 쓰기로 했다. 모과 1개와 탱자 10알씩 방마다 두었더니 온 집안이 향긋하다. 어렸을 때 모과나 탱자가 놓여 있는 차를 타면 나이 드신 분들이 좋아하는 향이 나네... 이랬었는데 이제 나도 나이가 드나 보다. 인위적인 향보다 이런 향이 좋은 걸 보니 나이를 먹고 있나 보다.


 우리 아이들도 20년, 30년이 지난 뒤 탱자 향을 맡고, 모과향을 느끼면 지금 엄마 아빠랑 있었던 추억을 떠올리겠지?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