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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지만 의미있는 일상

장성 황룡강을 걷다.(황룡강 생태공원)

by 82년생 미화 2020.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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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오랜만에 아이들과 장성읍에 있는 황룡강 생태공원 쪽을 거닐다 왔다. 여름까지만 해도 하루가 멀다 하고 아이들과 여기서 킥보드도 타고, 자전거도 타고, 꽃도 구경했었다. 가을이 되면서 해바라기며, 코스모스, 어여쁜 꽃들이 피어나자 갑자기 외지에서 구경 오는 분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최근엔 일부러 오는 걸 자제했다. 꽃도 좋지만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것이 우선이기에 나름 조심한 것이다.

 

(활짝 핀 해바라기)

 


 장성군은 2016년부터 황룡강 일대를 정비하고 각종 아름다운 꽃을 심어 '노란 꽃 잔치'라는 행사를 개최했다. 노란 꽃 잔치보다는 노란 꽃 축제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노란 꽃 잔치는 매년 전국 각지의 많은 분들이 찾아주는 전남의 커다란 행사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노란 꽃 잔치' 행사가 취소됐다. 행사 예산은 올여름 집중호우로 인해 발생한 수해복구 현장에 투입된다고 한다. 행사가 취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장성을 찾아온 것 같다. 매년 100만 송이를 심어 오던 해바라기를 올해는 일부 구간에만 10만 송이를 심어서 코로나로 인해 지친 군민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했다 한다. 송이가 1/10로 줄었지만 활짝 핀 해바라기를 보기 위해 다들 그렇게 발걸음을 장성으로 옮겼나 보다.
 허나 장성에서 사는 내 입장에선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도 되고, 나 또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름다운 장면을 즐겼을 터이지만, 지금은 코로나 시대가 아닌가? 2주 전에 생각 없이 운동삼아 찾았다가 수많은 인파를 보고 깜짝 놀라 발길을 돌렸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찾은 황룡강 일대는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는 연인, 운동 나오신 어르신들이 드문드문 보일 뿐이었다. 마음속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강변을 따라 상쾌한 강바람을 맞으며 알록달록 꽃도 구경하고, 아이들과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생각도 나누면서 걷는 이 길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길도 정비가 잘 되어 있어서 널찍하니 옆사람과 부딪칠 일이 별로 없어 그것 또한 좋다.
오늘은 제법 찬바람이 불어 아이들은 연신 춥다는 말을 하면서도 뭐가 그리 재밌는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제는 꽃 들도 제 할 일을 다했는지 80% 정도가 지고, 코스모스 조금과 드문드문 보이는 백일홍, 핑크 뮬리만이 남아서 우리를 반겨줬다. 그래도 좋았다. 한들한들 거리는 핑크 뮬리 속에서 사진도 한 장 찍고, 운동삼아 열심히 걸었다. 간간이 세워져 있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래도 따라 부르면서 한껏 기분을 내봤다.
노래가 점심때도 나왔었는데 해질 무렵에도 틀어주나 보다. 요즘 맘처럼 회사일이 풀리지 않아 머릿속이 복잡했었는데 오늘 이렇게 찬바람을 쐬고 나니 조금은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이래서 가끔 하늘도 보고, 바깥공기도 마시라고 하나보다.


 올여름에 비가 많이 와 일대가 비에 잠겨서 다리도 소실되는 등 피해가 컸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복구와 정비가 한창이다. 여기저기 중장비들도 보이고, 돌도 쌓여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다음에 치를 행사를 대비하기 위해서 인지 주차장도 늘리고 있고, 강 건너편에는 노란색 꽃 모양의 조형물도 세우고 있다.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기대되는 한편 인위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강이 걱정되기도 했다. 자연 그대로가 아닌 인간이 원하는 모습으로 강을 개발하다 보니 올여름처럼 수해를 입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정비가 잘되어 있어 좋다 하면서도 자꾸 바뀌는 강의 모습을 보니 마냥 좋지만은 않은 것도 같고.... 모르겠다.

 회사일로 무거웠던 머릿속을 이렇게나마 비우고 나니 조금은 나아진 기분이 든다. 자주 나와서 바람에 스트레스를 날려줘야겠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행사가 취소돼서 즐기지 못했지만, 내년엔 코로나 걱정 없이 자유롭게 맘껏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이곳을 방문할 때는 장성 노란 꽃 축제 또는 장성 황룡강 생태공원을  검색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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