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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일상

나는 전원주택에 살고 있다.(전원주택의 장단점)

by 82년생 미화 2020.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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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이 마당이 있는 전원주택의 삶을 꿈꾸며 산다. 나 역시 결혼하면서부터 전원주택에 살고 싶었다. 생각과 다르게 현실이 녹록지 않아 아파트 생활을 7년 정도 하다가 드디어 원하던 전원주택으로 이사했다. 이사하는 날 얼마나 좋던지~~ 그날 저녁은 우리 가족 넷이서 실컷 웃고 떠들며, 이사 축하 파티를 했었다.

 이사온지 한 달도 안돼 우리 신랑 입에서 다시 아파트로 이사 가자는 말이 나왔다. 나 역시 아파트가 그리웠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진 못했는데 그 말이 신랑 입에서 나온 것이다. "이왕 이사 온 거니 그래도 조금은 더 노력을 해봐야 되지 않을까? 한 달도 안됐는데 또 이사를 간다는 건 좀 이른 것 같아." 이런 말로 신랑을 달래며 하루하루를 버티다 보니 벌써 3년이 되어간다. 그런데 다들 전원주택의 삶을 꿈꾸지만 왜 다시 아파트로 나오는 걸까?

 솔직 담백하게 전원주택 삶에 대해 몇 자 적어보겠다.

 전원주택에 산다고 하면 친구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말은 한다. 너희 집 마당에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면 딱이겠다. 이런 아무것도 모르는 자 같으니라곤....
우리도 이사 오고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몇 번 시도해봤다. 여름은 더워서 안돼, 겨울은 추워서 안돼, 봄은 미세먼지가 많아 안돼, 피해야 될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파리는 우리가 돗자리만 깔면 어떻게 알고 모여드는지 신기할 정도다. 바비큐 파티는 파리 쫓다가 끝을 맞이하곤 한다. 고기는 식당에서 먹는 게 최고인 것 같다.

 전원주택에 사니 해야 될 일이 너무 많다. 아파트는 문제가 생기면 관리사무소에 연락하면 웬만한 건 다 알아서 해주시는데, 주택은 신랑과 내가 알아서 해야 된다. 아는 게 없으니 업체를 불러야 되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업체가 집에 오기까지 불편함과 스트레스는 오롯이 내 몫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사를 11월 말에 왔다. 초겨울이라 추울 때였는데 멋모르고 보일러를 빵빵이 틀고 며칠을 살았더니 기름 두 드럼이 2주 만에 날아갔다. 그렇게 따뜻하지도 않았는데 뭐지... 난 처음에 보일러 통이 어디서 새나 의심까지 했었다. 그 뒤로 전기장판이 배달되고, 두꺼운 옷을 껴입는 생활이 시작됐다. 전원주택에 살면 관리비가 세이브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 관리비가 고스란히 난방비와 냉방비로 들어간다.

 처음 이사 왔을 때 마당에 소각하는 드럼통이 있었다. 이런 게 왜 필요하지? 미관상 좋지 않아 쿨하니 버려버렸다. 아... 살다 보니 필요한 거였다. 다 나름 이유가 있었던 거였다.
이사온지 3일 만에 쓰레기는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쓰레기차가 일주일에 한 번만 수거해간단다. 재활용 쓰레기통이랑 음식물 버리는 곳도 없고,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 지속됐다. 그래서 다른 주변분들은 웬만한 건 다 소각하는 거였다. 하루에 한 번씩 쓰레기차가 들어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건지 아주 뼈저리게 느꼈다. 요즘은 쓰레기차가 세상에서 제일 반갑다.


 전원주택에서 제습기는 필수다. 아파트는 건조해서 가습기가 필요하듯이 주택은 습기를 잡을 수 있는 제습기가 필요하다. 장마철엔 진짜 방바닥에서 물이 나오는 것 같다. 비 오는 날은 하루 종일 방에서 방으로 제습기를 옮기다 끝난다.


그렇다고 해서 전원주택에 사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좋은 점도 많다.

 전원주택은 우리 가족에게 층간 소음에서 벗어나 마음껏 소리 낼 수 있는 목소리를 찾아주었다.
아이들에게 뛰지 마라, 소리 지르지 말아라, 그런 말을 안 해도 돼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고, 맘껏 리코더도 불면서 아이들 얼굴도 덩달아 밝아졌다. 아파트 살 때는 젖은 빨래가 있어도 다음날 낮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세탁기를 돌리곤 했는데 여기선 내가 원하는 시간 아무 때나 돌려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하지 않는다. 청소기도 눈치 보지 않고 밤에도 막 돌린다.

 전원주택에 산지 1년 정도 지나니 아이들이 이런 말을 한다. "엄마 봄이 왔나 봐." 바람에서 봄 냄새가 난다는 거다. 아... 아이들이 계절의 냄새를 알게 됐나 보다. 계절의 냄새 그거 몰라도 삶에 하나도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 그렇지만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봄이 오는 냄새... 가을이 가는 냄새를 안다는 게.... 이 냄새를 평생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많아졌다. 시야를 막는 높은 빌딩들이 없다 보니 파란 하늘도 자주 보게 되고, 산도 보면서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었다. 여름밤에는 마당에 누워서 별자리도 감상한다. 이제 우리 아이들 북두칠성 하나는 잘 찾아낸다.

 아파트에선 느낄 수 없었던 바짝 마른 수건의 까칠함과 햇볕 좋은 날 새하얀 빨래들을 널면서 느끼는 즐거움, 아파트에선 느낄 수 없는 기분들이다.

 아이들과 조그마한 텃밭을 가꾸면서 노동의 힘듦과 자연이 주는 결실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됐다. 아이들은 농작물들이 자라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고, 농부의 노고에 대한 감사함도 알게 됐다. 아이들이 직접 땅을 고르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걷어들이면서 채소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어들었다. 직접 기른 거라 더 맛있게 느껴지나 보다.
 

 나는 아파트 살 때 엘리베이터 타는 게 무서웠다. 낯선 사람과 단 둘이 타는 게 어찌나 무섭고 신경 쓰이던지... 여기선 낯선이 와 부대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너무 좋다. 요즘 같이 코로나가 창궐하는 이때 다른 이와 부딪칠 위험이 없는 지금의 삶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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