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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일상

귀촌, 전원 생활의 장점(장성 귀촌 3년차)

by 82년생 미화 2020.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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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포스팅에서는 전원생활의 불편한 점에 대해 몇 자 적어봤어요. 단점을 적다 보니 어느새 시골 생활에 적응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지 않더군요. 처음 이사 왔을 때만 해도 불편한 거 투성이었는데... 역시 적응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이번엔 시골 생활의 장점을 적어볼까 해요.
 
1. 여기저기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지금 이때 시골에 우리 집이 있다는 게 이렇게 감사할 수가 없어요. 집집마다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도 아니다 보니 주변에 누가 사는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잖아요. 코로나 무서워서 바깥도 못 나가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나마 마당에 나가서 뛰어 놀기도 하고 산책도 나갈 수 있으니깐 아이들이 지금 이 상황을 버텨 내는 것 같아요. 코로나로 인해 수도권 학생들은 원격 수업이다, 격일로 학교 간다는 둥 이런저런 말이 많은데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학생수가(60명 미만) 적다 보니 학교에 꼬박꼬박 나가고 있답니다. 돌봄, 방과 후 수업도 다 이뤄지고 있어요. 참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어요. 
 
2.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말 그대로 시골 분교 같은 학교예요. 처음에 학생 수가 너무 적어서 걱정을 많이 했죠. 초등학교 생활이 아이들의 첫 사회생활인데 수가 적어서 괜찮을까.... 그건 나만의 기우였어요. 여기 오기 전엔 우리 아이들은 낯도 많이 가리고 약간 내성적인 아이들이었어요. 그런데 3년 만에 아이들이 확 바뀌었어요. 수가 적어서 선생님의 눈길도 한번 더 받고, 기회가 많아지다 보니 자신감이 가득 목소리도 커지고, 자연스럽게 앞에 나서는 모습을 보니 시골로 이사 오길 잘했다 싶은 거 있지요,,,, 도시 학교들은 학생 수가 많아 반 아이들과만 생활하는데 여긴 수가 적어 모든 학년이 똘똘 뭉쳐 뭐든 다 같이해요. 여기 이사 오고 제일 놀랐던 게 학교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아이를 알고 있고 저한테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는 거예요. 아~이게 우리 아이들의 미래구나 싶은 게 너무 좋았답니다.
 
3. 시골 생활을 시작하고 저금도 시작했어요. 아파트 관리비, 아이들 학교 생활에 들어가는 부분들이 다 세이브가 되는 거예요. 학교 생활은 정말 비용이 하나도 안 들어요. 돌봄, 방과 후 수업, 소풍, 체험 학습 등등 일체 들어가는 부분이 없어요. 따로 학원이나 사교육을 하지 않는 한 교육비는 안 들어요. 그래서 꼬박꼬박 저금을 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읍내로 나가야 먹을거리나 술을 마실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절약이 됩니다. 저는 요즘 타의로 금주를 하고 있답니다.
 
4. 시골은 문화 생활과 동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잘 찾아보면 도시보다도 시골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어요. 군에서 운영하는 도서관, 체육관, 청소년 수련관, 실내 수영장, 영화관 등등 찾아보면 아이들과 즐길 거리가 많답니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일시 폐쇄지만요. 조만간 다시 이용할 수 있겠죠?
 
5. 조그마한 텃밭에 고추, 방울토마토, 딸기, 옥수수 등등 이것저것 아이들과 기르고 있어요. 땅을 고르는 작업부터 모종 심기, 씨 뿌리기, 물도 주고, 정성껏 가꾼 채소를 식탁에서 마주하는 기쁨은 쉽게 느낄 수 없죠,,, 우리 아이들은 벌써 그런 행복을 느끼고, 농부의 노고에 감사할 줄 알며, 편식 없이 아주 건강히 잘 먹고 잘 자라고 있어요. 시골 생활을 시작한다면 너무 크지 않은 크기의 텃밭을 가꿔보길 추천드립니다. 밭이 너무 크면 힘들어요. 손바닥 만한 게 딱이에요.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 만큼의 크기, 그 정도가 좋습니다.
 
6. 처음 시골 생활을 결심한 계기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곳으로 가자' 이거였는데 정말로 아이들이 인정사정없이 뛰어다녀요. 아파트였다면 매일 뛰지 말라고 단속하기 바빴을 건데 여기선 누구 하나 간섭하는 사람이 없기에 마음껏 뛰고 소리치고~ 딱!! 7살, 10살 나이의 아이들 답게 크고 있답니다. 눈 오면 동네 내리막길에 가서 썰매 타고, 커다란 고드름으로 칼싸움도 하면서 겨울을 나고요. 비 오는 날에는 우산을 쓰고 마당에 쭈그리고 앉아 뭘 하는지,,, 자기들끼리 엄청 신나 합니다. 아파트 살 때는 놀이터 나가는 것도 아이들만 보내기 뭐해서 매번 따라나가 아이들이 다 놀 때까지 멀뚱멀뚱 시간을 보내곤 했었는데 여기에선 그럴 필요가 없어요. 놀이터가 우리 마당이기 때문에 걱정이 안 된답니다. 
동네 공터에 나가서 자전거도 열심히 타더니 하얗던 얼굴이 아주 건강한 빛으로 물들었어요.
집에 누구 하나 놀러오면 주변 눈치 안 보고 마당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어도 좋고, 밤새 술잔을 기울이며 사는 이야기를 하기도 좋답니다.
 
7. 동네 어르신들이 많다보니 어르신들에 대한 친밀감이 높아졌다 봐요. 처음엔 어르신을 봬도 낯설어하고 어떻게 다가가야 되나 걱정하던 이제는 먼저 큰소리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답니다. 자연스럽게 어르신 공경하는 법을 배우게 됐어요. 요즘 아이들 저만 알고, 웃어른 공경할 줄 도 모르잖아요. 자연스럽게 예절을 익힐 기회가 되고 있어요.
 
8. 제일 좋은 점은 공기에요. 집 뒤편으론 산이, 앞으론 강이 지나고 있어서 공기가 너무 좋아요. 감기랑 축농증을 달고 살던 아이들이 병원을 안 가요. 저도 비염이 심했었는데 여기로 이사 온 뒤 약 먹는 횟수가 줄었답니다. 건강한 공기와 직접 기른 유기농 채소로 배를 채우니 날로 날로 아이들이 건강해지네요.
 
하나하나 적다 보니 정말 좋은 점이 많네요. 그 많은걸 글로 다 남길 수 없는 게 안타깝네요. 처음 이사 왔을 땐 다시 이사 가야 하나...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을 수도 없이 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이 생활도 할만하다. 
이 생활이 주는 즐거움만 보고 가자. 이렇게 생각하니 좋은 점이 더 많네요.
어른은 감내해야 될게 많고, 아이들에겐 아이들 답게 클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게 시골 생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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