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전원생활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광주광역시에서 장성 시골 마을로 이사 왔다.
벌써 3년째다. 이제는 제법 적응해서 시골 사람 같다.
우리 마당에는 자그마한 텃밭이 양쪽으로 있다. 한,,,7평 되려나,,, 정확한 건 잘 모르겠다.
텃밭을 예쁜 꽃을 심어 화단으로 가꿀까, 아님 맛있는 채소를 길러 볼까, 고민하던 중
아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서 텃밭으로 결정했다.
농사짓는 친정 엄마의 도움을 받아 첫 해에는 고추 15개, 오이 3개, 호박 1개, 상추 한주먹, 방울토마토 5개 정도를
심었었다. 그 해에는 고추와 상추 처리하느라 애 먹었다. 고추랑 상추, 호박은 아이들이 잘 안 먹는다. 그걸 몰랐던 거였다.
신랑과 나랑 둘이 먹는 속도보다 자라는 속도가 빨라 지인한테 나눠줘도 나중에는 짐이 되더이다.
그래서 작년에는 고추 5개, 오이 3개, 상추 14개, 옥수수 50개, 딸기 2개 이렇게 심어봤다. 고추도 일반 고추에서 오이 고추로 변경~ 이번 해에는 대여섯 개 따먹었더니 오이가 죽어버렸다. 오이는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는 관계로 다음 해부터는 안 심기로 했다. 우리 아이들은 오이를 무슨 과일 먹듯이 하는 애들인데 계산 착오다. 사 먹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옥수수 심은 게 대박이었다.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좋아하는 옥수수!! 여름이면 꼭 먹어줘야 하는 옥수수!! 한 끼 때우기도 좋고 간식으로도 좋고 이래 저래 좋은 옥수수!!
심지어 옥수수는 땅에 옮겨주기만 하면 땡이다. 알아서 큰다. 관리를 할 게 없다. 회사를 다니는 나로선 정말 키우기 쉬운 작물 중 하나이다.
올해에는 고추 4개, 방울토마토 6개, 옥수수 75개 이렇게 심어봤다.
고추 5개도 많은 것 같아서 청양 고추 1개+오이 고추 3 이렇게 심고, 방울토마토는 아이들이 따 먹는 재미가 있으니 6개 심었다. 옥수수는 엄마가 모종으로 키워서 주셨다. 25개짜리 세 판~작년에 따먹었던 옥수수가 맛있어서 알이 꽉 찬 옥수수 두 자루를 잘 말려서 엄마께 가져다 드렸더니, 그걸로 모종을 키우셔서 나한테 주셨다.
다른 모종은 4월 말에 시장에 가서 싱싱하고 튼튼해 보이는 것으로 모셔왔다. 보통 모종은 300~500원 정도 한다.
씨앗으로 뿌려도 되지만 잘 안 올라올 수도 있다. 모종으로 사다 심는 게 실패 확률이 낮다.
딸기는 작년에 아이들이 키워보고 싶다고 해서 2개를 사다 심었는데, 그게 글쎄 겨울 내 열심히 덩굴을 뻗더니 급기야 올해 봄에는 50개가 넘었다. 딸기는 덩굴 식물이라 덩굴이 뻗다가 뿌리를 내리면 그게 한 그루가 되는 것이다.
나름 작물에 지식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딸기가 이렇게 빨리 뻗는 작물이란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올봄에는 마트 딸기보다 텃밭 딸기를 더 먹은 것 같다. 아이들은 붉은기가 돌기만 해도 따 먹기 바빴다. 마트 딸기처럼 크고 예쁘고 달지는 않지만, 직접 따 먹는 맛이 있나 보다.
처음 시작은 2그루였는데 이렇게나 많아지다니 내년에는 얼마나 많아질까,,, 이러다 옥수수 심을 공간이 없어질까 걱정이다. 나는 딸기보다 옥수수가 더 좋은데, 아이들은 딸기를 더 좋아한다.
딸기 모종을 피해 옥수수를 심어주고, 한쪽 밭에는 방울토마토와 고추, 그리고 옥수수를 심어주었다. 옥수수 모종이 많아서 흙이 보이는 곳에는 다 심어주었다.
옥수수 키가 커서 한동안 울타리 역할을 해주었다. 우리한테는 좋았지만 고추랑 방울토마토는 안 좋았나 보다. 옥수수에 치여서 한동안 못 크더니 이제 제법 자리 잡았다.
여기는 화단 목적인 것 같은데, 포도나무가 이사 올 때부터 심어져 있었다. 어렸을 때 청포도라는 시였나,,,, 그게 좋아서 포도나무는 많은 일을 하지는 않지만 남겨두었다. 올봄에 가지도 쳐 주고 열매도 많이 쳐 줬더니 올해엔 제법 알이 굵다. 장마가 끝나고 햇볕이 쨍---- 비추면 우리 아이들과 새들이 앞다퉈 따 먹을 것이다. 벌써 보랏빛으로 물든 게 곧 맛이 들겠지?
방울토마토는 5월 말부턴가 열매를 맺더니 6월 중순부터 붉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마당에서 뛰어놀다가 목마르면 수시로 따 먹었다. 방울토마토는 키가 너무 크지 않게, 순이 여러 곳은 뻗지 않게, 어린 순이 올라오면 바로바로 따줘야만이 열매가 굵다. 2년 경험으로 알아낸 지식이다. 내년에는 조금 더 많이 심어볼까 생각 중이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잠시 옥수수를 잊고 있었는데 저번 주에 보니 옥수수 껍질이 노래진 게 아닌가?! 어어~~ 이런 너무 많이 여물었다. 엄마 말씀으론 수염이 말라야 다 여문 거라고 했는데, 내가 때를 놓친 것 같았다. 그래서 엄마 찬스를 썼다. 노래지면 다 여문 거란다. 따야 된단다. 더 놔두면 단단해진단다. 빨리 먹어보고 싶은 마음에 잠시 비가 멈췄을 때 아이들과 땄다.
오~ 잘 여물었다. 그 날 저녁 압력솥에 고이 넣고 팍 쪄서 맛나게 먹었다. 쫀득쫀득 찰진 게 아주 맛났다.
저번 주말에는 옥수수 모종 값으로 엄마네도 20자루 가져다 드리고, 세 번에 걸쳐 옥수수를 다 따냈다. 지금 우리 집 냉동실은 옥수수로 포화상태~ 내 배도 옥수수로 포화상태~
옥수수를 뽑아낸 곳에 이제 무얼 심어볼까 고민이다. 작년 가을에 심었던 양배추랑 브로콜리를 심어볼까 했는데 아이들이 잘 안 먹는 채소라 조금은 고민인 된다.
텃밭을 가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농사짓는 부모님을 보면서 매번 하시는 일이라 그런가보다 했었는데 손바닥만 한 텃밭에도 숨차 하는 나를 보며 많이 반성했다.
텃밭을 가꾸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배우고, 농사 짓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도 느끼고, 아이들과 이야깃거리도 늘고 아무튼 힘든 만큼 좋다.
아이들이 텃밭을 가꾸면서 무엇을 배우고, 지식을 쌓기보단 그저 아이들 삶에 이러한 것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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