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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일상

귀촌, 전원 생활의 단점(장성 귀촌 3년차)

by 82년생 미화 2020.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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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어릴 때 도시를 떠나 시골서 마음껏 뛰어놀게 하고 싶은 마음에 시골로 들어온 지 어느덧 3년이 다 되어가네요.
3년 전 우리 맘에 딱 드는 집을 발견했을 때 아직도 그 설렘을 잊을 수가 없어요.
시골서 자란 나로서는 시골 생활에 솔직히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어요. 나의 경험과 우리 아이들의 미소로 시골 분들과 어울릴 자신도 있었죠. 그게 자신감이 아니라 자만심이었단 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어요. 일주일 정도 생활해보니 자만심이 컸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답니다.

3년 시골 생활을 바탕으로 불편한 점 몇가지 적어봅니다.

귀촌을 생각하거나 전원 생활을 꿈꾸시는 분들이 알아두면 좋을 정보!!

1. 아파트 생활을 길게 했던 저희로선 쓰레기 하나 버리는 것 마저 지치는 일이더군요. 아파트에선 분리해서 내놓기만 하면 됐는데 여기서 일단 분리수거함이 따로 없어요. 매일매일 수거해가지도 않아요. (일주일에 한 번 수거.)
음식물 쓰레기함도 없어서 마을 어르신께 여쭤봤더니 마을 앞 하천 아무 곳에나 던져버리라고 하더라고요. 차마 그럴 순 없어서 군청에 문의했더니 그렇게 아무 곳에 버리면 나중에 욕먹는다고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담아서 내놓으라고 해서 올해 초까진 그렇게 했죠... 음식물 쓰레기봉투가 떨어져서 구매하러 갔더니 이제는 공장에서 만들지를 않는대요. 군청에 이런 상황이다 문의했더니 이제는 그냥 쓰레기봉투에 같이 모아서 내놓으라고 하네요. 쓰레기 하나 버리는데도 면사무소를 거쳐 군청에까지 전화를 돌려야 되는 상황... 주부들은 아실 거예요. 이런 거 하나하나가 얼마나 사람을 지치게 하는지.... 장성군은 최근 시골 마을 곳곳에 분리수거함을 설치 사업을 하고 있어요. 이게 마을 이장님께서 면사무소에 신청을 해야 설치가 되는 건데 전담으로 맡아서 관리할 분이 없어서 우리 마을은 신청을 안 한다고 하네요. 이게 시골 마을의 현실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이 모든 것들을 부모님께서 해결해 주셨기에 생각할 필요가 없었던 거였죠. 이사 올 때 그 점을 간과했어요. 어렸을 땐 부모님과 함께였다는 걸 잊고 있었어요.

2. 시골 전원주택에 살다 보니 신경 쓸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뭐 하나 고장 나도 누구의 힘을 빌리기보단 신랑이랑 내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되는 상황이에요. 시골이라 업체도 없어요. 업체라도 많아야 막 불러서 고칠 건데 쉽지 않은 상황의 연속입니다.
아파트 같은 경우 웬만한 건 관리사무소에서 해결해주잖아요. 해결해주지 못하는 부분은 조언이라도 얻을 수 있잖아요. 시골은 그런 게 없어요. 처음에 이사 와서 그런 부분 때문에 신랑이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지요.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됐는지 잠을 잘 자네요.

3. 시골에 정자 하나 정도는 다 있잖아요. 우리 마을에도 정자가 있어요. 여름이면 마을 어르신들이 정자에 모여 앉아 시원하게 여름을 나시곤 하죠. 그게 은근 신경 쓰여요. 차가 마을 어귀로 들어오기만 해도 일제히 쳐다보시기 때문ㅎ 마을에 CCTV가 따로 없어요. 어떻게 보면 그런 어르신들이 있기에 아이들이 밖에서 놀 때 걱정이 덜 되기도 해요.

4. 언니네 아들 조카가 우리 집에 오면 하는 말이 있어요. "이모네 집은 넓고 좋은데 편의점이 없어서 불편해요." 맞아요. 근처에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을 곳이 없어요. 과자 거리 하나 사려면 읍내까지 차로 10분 정도 나가야 돼요. 이사 왔을 때 처음엔 이게 너무 불편해서 장을 이만큼 봐다가 꽉꽉 쟁여놨었죠... 병원도 마찬가지예요. 주변에 병원이 많지 않다 보니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병치레가 적을 때 시골생활을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아이들이 커서 그런지 시골 생활 시작한 뒤로 아이들이 병원 찾는 일이 줄었어요. 그나마 다행이죠.


4. 저는 생맥주를 엄청 좋아해요. 치맥~
신랑이랑 하루 일과를 마치고 시원한 맥주 한잔 들이켜는 게 소소한 즐거움이었는데 시골로 이사 온 뒤론 그게 쉽지 않아요. 배달도 되지 않고(짜장면도 배달이 안돼요.), 생맥주 한잔하고 대리운전 부르는 것도 쉽지 않아요. 그래서 요즘은 주로 치킨을 포장해와서 캔맥주 한잔 하는 걸로 만족하고 있답니다.

 

5. 저는 아직 겪어보지 못했지만 도시에서 살다 시골로 들어오신 분들의 이야기 들어보니 텃세도 장난 아니라고 하더군요. 마을 사람들이 사사건건 간섭하고, 뭐 사다 먹는 것도 뭐라 하신다고... 그러더라고요. 저희 같은 경우는 마을 사람들과 정점도 없을뿐더러 워낙 연세들이 많으셔서 손주 뻘이라서 그냥저냥 생각하시는 듯해요.

 

6. 처음 이사 온 해는 정말 추웠어요. 역대급 추위였죠... 아파트에만 살아서 그렇게 추운지 몰랐어요. 아무래도 단열이 잘 되어 있어도 아파트보다는 주택이 추운 게 사실이에요. 우리 집은 넓고, 복층이다 보니 난방비가 장난 아니에요. 다행히 우리 집엔 태양광이 설치되어 있어 더운 여름, 추운 겨울을 버틸 수 있답니다. 겨울을 세 번 났더니 추운 겨울을 나는 법도 나름 터득했어요. 두꺼운 옷!!! 둔해도 그게 최고예요.

 

 시골서 생활하는 건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다 버려야 된다고 생각해야 돼요. 그 대신에 시골만의 장점도 많죠... 좋은 점만 보고 사는 게 정답인 것 같아요. 불편하다 생각하면 한없이 불편한 게 시골 생활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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